엄마가 있던 집, 엄마가 보낸 편지
; 영화에서의 시금칫국
영화 속에 나오는 음식들마다 '0rd dish'라고 해서 영화 속에서 몇 번째 음식인지 소개가 나오지만 시금칫국은 그마저 없다. 시금칫국은 영화에서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국이다. 가을 서리를 맞으면 시금치는 더 달아진다며 주인공 이치코가 논일을 하면서 생각해낸 음식이다.
영화의 많은 부분에 이치코의 엄마가 나온다. 엄마인 후쿠코와 단 둘이 살고 있고, 엄마가 어린 시절부터 만들어주던 음식들의 맛을 찾아가는 이치코이기에 엄마의 음식과 엄마에 대한 기억들이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. 시금칫국은 이치코의 엄마가 해준 음식은 아니지만, 집 나간 엄마로부터의 편지가 배달된 장면에서 시금칫국이 나온다. 편지의 내용은 '리틀포레스트 봄' 편에 나온다. 편지에서는 원과 나선으로 본인의 삶을 빗대어 표현한다. 반복된 삶 속에서 얻은 것이 없는 것 같아 좌절했었다고 말하는 엄마. 하지만 일련의 경험들을 통해 실패였다고 생각한 것들이 무의미한 것들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는 엄마.
'원'이 아니라 '나선'을 그렸다고 생각했어. 맞은 편에서 보면 같은 곳을 도는 듯 보였겠지만, 조금씩은 올라갔거나 내려갔을 거야.
검침원도 오고, 집배원도 집으로 찾아오지만, 이치코의 엄마는 편지로 집을 찾았다. 영화 내내 요리를 하며, 엄마를 회상한다. 그 과정 속에서 엄마가 느꼈을 감정을 추측해볼 뿐이었다. 집배원으로부터 편지를 받아 들고, 식탁에 올려둔 시금칫국은 식어가며, 리틀포레스트 가을은 마무리된다.
무난한 국
; 나에게 있어서의 시금칫국
국 중에 가장 간단한 국이 시금칫국인가 생각했던 적이 있다. 그만큼 시금칫국을 자주 먹었다. 엄마가 마트에서 시금치 좀 사 오라고 할 때면 '오늘도 시금칫국을 먹는구나'라고 생각했다.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, 직접 요리를 해보면서, 요리라는 게 간단한 건 없다는 건 없다는 걸 알게 됐다. 아무리 간단한 조리과정이라도 시작을 하기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. 가족을 위해 삼시세끼 식사를 준비하는 어머니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.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에 대한 가치를 연봉으로 따지면 약 3,745만 원이라는 데, 결코 큰 금액이 아니다. (기사 원문 - 전업주부 연봉은 '3745만원')
엄마의 시금칫국은 입 짧은 나에게도 무난한 음식이었다. 적어도 집에서는 무난한 음식이었다. 집을 나와 살면 집에서 먹던 음식들이 그리워진다. 다이나믹듀오가 어머니의 된장국을 괜히 외친 게 아니다. 시금칫국도 집에서 먹던 평범한 국이었기 때문에 먹고 싶다고 조르던 음식은 아니었다. 하지만 요즘은 그 무난함이 먹고 싶다.
영화 속 시금칫국 레시피
1. 된장을 풀고 두부를 넣어 끓인다.
2. 다 끓인 된장국에 시금치를 넣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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